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의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悅乎)는 공부의 참된 기쁨을 말한다.
공부는 외부의 보상이나 인정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세상은 배울 것이 무한하다. 그래서 공부는 평생의 일이다.
배움에서 얻는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되풀이하며 익히는 과정에서 느끼는 내적 만족이야말로 진짜 동기다.

2025년 봄, 오래 인연을 맺어온 이비단모래님으로부터 시낭송을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의 고마움에 대한 답례이자, 시낭송은 스피치와도 밀접히 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5월 말 금요일, 시낭송반 수료식에서 무대에 올랐으나, 사람들의 움직임에 집중이 흐트러지며 시를 잊고 말았다.
암송한 시는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였는데, 이 시는 얼음장, 눈보라, 겨울 밭고랑, 구름 뒤 태양, 고요한 뱃길 같은 이미지가 선명한 시다.
나는 이미지로 외우는 방식이 암기의 핵심인데, 순간적으로 그 이미지들을 놓치고 말아 살짝 멈춤이 있었다.
이후, 시를 ‘암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정호승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동진의 「삶」,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 김춘수의 「꽃」 등 하나하나 외워가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집중력은 강화되고, 암송의 기쁨은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 50편 이상의 시를 외우고 또 외우겠노라고...
배우고 외우는 즐거움, 주변 사람들에게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이비단모래(구명 이현옥) 작가는 과거 MBC 대전방송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TV 프로그램 <토크&죠이>에서 50분 강의로 나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 인연으로 라디오에도 몇 차례 출연했고, 국악방송 작가로도 활동하셨으며, 가수 지중해 매니저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녀는 전북 진안 부귀면의 ‘수항골박물관’ 관장으로, 방송에 소개된 이 박물관은 따스한 추억의 공간이다.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시인 이비단모래님의 詩의 세계는 정겹고 따뜻하며, 최근에는 시집 『특히, 그대』를 펴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녀는 7~8년 전 ‘윤치영스피치’를 처음 접했고, 3년 전 ‘YCY소통명사과정’ 제2기로 다시 돌아왔다.
“왜 다시 오셨습니까?”라는 질문에
“큰 그늘이 그리워 왔노라.”는 대답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스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이비단모래 작가겸 시인겸 시낭송겸 수항골박물관 관장겸 지중해 매니저님은 ‘품격(品格)’이란 말의 어원을 이렇게 말했다.
“‘품’은 입 구(口)자가 세 개 모인 글자예요. 즉, ‘품격’은 말로부터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스피치를 가르치는 나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래서 나는 늘 다짐한다. ‘품격 있는 말’을 가르치자.
최근 내가 펴낸 40번째 책이자 스피치테라피 시리즈 제1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기』의 추천사를 이비단모래님이 써 주셨다. 책에 사인을 해 드리려는데, 봉투를 내미셨다. 받아야 할지 망설이는 내게 “작은 마음이니 받아주세요.” 하시기에 마음으로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 열어보니, 기대치의 다섯 배가 들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게 녹이는 진심이 느껴졌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음에도 나눔이 몸에 밴 분이다.
장애인을 위해 1년 넘게 주 3회 봉사 중이란 사실은 주변인조차 몰랐던 이야기다.
그의 배우자 지중해 씨는 과거 기아자동차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가수로 전향한 인물로,
현재는 ‘부부사랑 전도사’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부부가 지금도 함께 한 방을 쓴다는 사실은, 그녀가 말한 ‘부부적 거리 45cm’라는 개념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는 2m 이상이라지만, 부부는 가까워야 하지 않느냐는 철학이다.


나는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혼자 존재할 수 없으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사회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는 것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우리 삶에 의미를 더한다.
이비단모래님과의 인연은 나에게 시와 스피치, 그리고 품격 있는 말이라는 귀한 가르침을 안겨 주었다.
앞으로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리며 더 많은 시를 암송하고, 더 깊이 있는 삶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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